형의 유품을 정리하며.......
저희 형이 3여 년간의 암 투병을 마치고 지난 8월 23일 새벽 5시 무렵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코로나가 바로 시작될 무렵 세상이 망한다고 할 때 형은 대장암 말기를 선고받고 2달 살수 있다고 저한테 전화를 했었죠. 다행히도 지난 3년 동안 치료를 받으며 본인이 더 의사같이 공부하며 잘 지내왔었는데........
사람들이 주위에서 그럽니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병원 침대에 싸늘하게 체온이 식은 형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웃으며 일어날 것 같아 간호사들이 데리고 가려는 형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바라보았습니다. 눈물이 나오다가... 허탈함에 헛웃음이 나오다가...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형수님하고 조카들과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눈치도 없이 음식은 맛있고... 많이도 먹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눈치가 없나 봅니다. 꼭 이럴 때 일 관련하여 연락도 많이 오고 사소한 일로 일을 하게 만듭니다.
장례식 준비는 조카들이 형이랑 형수를 닮아 워낙에 똑똑하여 한두 시간 안에 마쳤지요. 중간중간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 났다는 농담도 건네며.... 하여간 성격들이 단단한 가족입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저희 가족의 분위기 담당이었는데, 이제는 물러나야 되려나 봅니다.
저희 형에 대하여 간단히 말해보면....
아주 찢어지게 가난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빚쟁이에 시달리는 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다른 사람 같으면 범죄자가 되거나 약간의 정신이 이상하거나 해야 하거늘 이상하게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운동도 잘하고 등등.. 어릴 때 저의 우상입니다. 우리 형만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었죠.
어느 날은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어머니가 걱정을 하며 찾았는데 군대에 갔었습니다. 참 쿨하죠. 제가 입대할 때는 간다고는 하고 집에서 나왔었죠.
제가 형 고등학교 선생님께 들을 때는 서울대는 조금 무리고 연, 고대를 보내는 것이 어떻겠는냐는 질문을 어머니께 하는 걸 들었었죠. 그런데 대학 갈 등록금이 없으니 국비지원 대학으로 입학을 해서 공부를 하고 매경 주최 전국 대학생 논문 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으며 우수하게 졸업하여 조선일보 기획실에서 일할 때 형수를 만나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미국 조지아텍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뉴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조지아에 있는 사립대학에서 종신교수가 되었습니다.
형수는 사업이 잘 되고, 아이들은 공부도 잘하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서 어엿한 대학생들이 되었는데....
이제는 즐기며 살 일만 남았는데.......... 무슨 일이 도대체 일어난 건가요....... 여기서 할 말이 없어집니다.
사람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형 집에서 가족들이랑 형 유품을 정리할 때, 대부분의 형의 옷은 제가 가져오게 되었어요.
형이 어려서부터 멋쟁이여서 제가 형 옷을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입어 보리라 하면서 가져왔습니다. 화려한 색의 바지, 겉옷, 할아버지들이 잘 입으시는 삼베옷, 스님이 입으시는 것 같은 옷, 한복, 등등 평범한 것은 없네요.
그리고 평소에 서예를 하고 사군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취미여서 각종 붓, 먹, 벼루, 등등 이건 좀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음 또 골프채, 스키를 가져왔으니 요것도 열심히 해봐야겠네요.
장례식은 저희 가족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목사님이 오셔서 판에 박은 듯이 기도하고 추모사 하고, 그것도 영어로...이런 것보다는 가족끼리 형 사진 화면이 띄어서 추모하고, 형이 평소에 노래하던 노랫소리도 듣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도 하고, 울다 웃다 울다 웃다 뭐 이렇게 했네요.
그리고 미국에 사니까 와야 할 혹은 오고 싶은 가족들이 오지 못하고 장례식을 치러야 하는 거죠.
항상 생각하지만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돈이 없어도 힘들고, 건강을 잃어도 힘들고, 그런데 말입니다.
형이 마지막으로 쓴 시의 마지막 구절의 끝맺음은' 감사합니다'였습니다.
이상하게 저도 지난 몇 년의 우울한 시간 동안 나를 편안한 게 해주는 방법을 찾은 것이 감사 기도였습니다.
형이 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